굉장히 개인적인 주저리 주저리 글입니다. 답답해서 남기는 글이라 읽기 힘드실 수도 있어요..

이직은 힘들어

이직을 준비한 지 벌써 1개월하고도 1주일이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 괜찮은 회사를 찾지 못해 끙끙대는 매일이다.

등록한 파견 회사만 5군데를 넘었으니, 하루종일 구직활동만 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 어느새 잘 시간, 어느새 다시 아침이 밝아온다.

가끔은 찾아보는 것도 지쳐서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여기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 지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구했던 첫 직장과, 일본에서 구했던 첫 직장은 정말 필요조건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서비스업, 접객업이었고,

일본에서 첫 이직 역시 급여를 거의 고려하지 않고 미경험으로 입사만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도쿄의 IT중소기업에 취직했으니

당시의 이직이 비교적 쉬웠던 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때의 이직과 비교해 지금의 이직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생활도 해 봤겠다, 열정만으로 들어가기에는 뭔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시간이 아깝고,

가능하면 경험을 살려서 이직을 하고 싶으면서도 또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기를 원하는가, 사실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망설임.

당연하게도 경험이 있는 일이면 신입보다 연봉이 높다. (나의 경우 IT 1년차 및 접객 5년차이고, 파견기업의 경우 시급 2000엔 내외로 책정되어있다.) -A

좋아하는 일을 해 본 경험이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의 경우 통번역 일이고, 처음의 경우 시급 1600~1800엔정도) -B

대략 A와 B의 연봉 차이는 60만엔~80만엔 정도로, 연봉 상승 폭 역시 IT경우 3년차 이상의 경우 500엔씩은 오르므로 점점 격차는 심해질 것이다. (간혹 LINE이나 야후 재팬 등에서 통번역 능력자를 찾는 곳도 있다. 이 경우 시급 2500~3000엔까지 다양한데, 어느 정도 실력자가 아닌 이상 안건을 따기 힘들 것 같은 이미지. 사실 도전해 본 적 없기에 정보가 없다..)

정직원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직원으로 미경험 입사의 경우 굉장히 급여가 박하다.(대략 월 190~210 정도에 형성.)

 

그래도 5년정도 종사했던 접객, 서비스업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워낙 페이가 낮고 육체적 노동이 주를 이루므로(물론 손님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종종 발생하지만) 더 이상 종사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중에 퇴직 이후에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르겠다.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하는 것이 꿈일 때가 있었는데, 노후에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을 지 모르겠다.

사실 이직 준비하면서 그래도 재미는 있었지.. 그래도 적성에는 맞았지.. 하며 과거를 떠올리며 구인 공고를 많이 읽어 봤지만, 여전히 급여나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업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더 이상은 바라보지 않기로. 혹시 급여가 괜찮다 싶으면 야간 업무 포함 또는 연 휴일이 100일 내외 등 내 삶을 갈아 넣어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거나, 초기 연봉에서 상승 폭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장기적으로 종사하기에는 정말 그 업을 사랑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돈’은 필수이다.

이직에 있어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냥 아무 회사나 들어가서, 또는 잠깐 아르바이트로 번역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는 내가 IT경험이 제로이거나 다른 흥미 있는 분야가 전혀 없더라도 같은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직 사이트에 하루에도 수백 건 씩 올라오는 IT업계의 구직 건(높은 수익은 물론)과 유망해 보이는 미래. 어쩌면 정말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놔 두고 멀리멀리 돌아서 가려고 하는 미련한 짓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이유도, 왠지 벌 수 있을 것 같은 연봉이 눈에 아른거려서 그런 거겠지.

 

잘 하는 일, 좋아하는 일, 돈이 되는 일

나에게 있어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일본어(및 언어)이다. 물론 일본어를 전공한 적도 따로 배운 적도 없지만, 일본 생활에 불편함도 없고 자신도 있다.

나에게 있어 돈이 되는 일은 IT업계(네트워크)이다. 이미 복수의 자격증도 취득했고, 짧지만 이직에 도움이 될 만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물론 당장 큰 차이는 아니지만, 길게 보았을 때의 이야기)

혹자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잘 하게 될 것이고, 돈은 그냥 따라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돈 되는 일을 해 봤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금방 접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 누군가는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면 금세 질리고 싫은 일이 될 것이니, 돈이 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가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돈이 있으면 여유가 생겨 더 좋아하는 일을 찾을 지도 모른다고.

모두의 가치관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일’은 하루의 3분의 1을 투자하는 데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이는 시간이나 노력을 생각한다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과연 나는 죽기 전에 못 먹은 밥과 못 이룬 꿈 중 어떤 것을 더 후회하게 될까? 사실 정답은 이미 알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돈, 돈, 돈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돈은 그냥 부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고, 내가 하는 일 속에서 가치를 찾아야지 하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에 대한 욕심은 커져 갔고, 어느 새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돈’에 치환해서 생각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반성해야지 하면서도 ‘내가 나쁜 게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가지고 싶은 것도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으니 돈이라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고.

당장에 보이는 파견 업체 구직 글만 하더라고, IT업계는 1년 정도의 경력만 있더라도 2000엔~2400엔 정도의 시급을 가진다. 지금 면접 일정을 조정 중인 번역 일에 비해 최대 시급 600엔이나 차이가 나는데, 일 8시간 21일 근무를 생각해보면 월에 100,800엔. 연 120만엔정도 차이가 난다. 저렇게 대놓고 차이 나는 연봉을 제시하는데,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은 그냥 닥치고 돈 많이 버는 일을 하라고 한다. 네가 못하는 일이면 모를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것이라고. 원래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이니 일하고 금융치료 받으면 끝인 것이라고. 그러면 나는 또 답답하게 굴기 시작한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일을 하고 있을 때에는 일 때문에 이런 생각도 덜했는데,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더 깐깐하게 따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이도 내년이면 30대에 접어들게 되는데, 일본은 30대부터는 이직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지금 정하게 될 직종이 앞으로 평생 안고 가야 할 직업이 될 지도 모르겠다.

 

마치며

3년차에 벌써 일본에서 두 번째 이직을 하게 된다. 나는 앞으로의 나의 선택에 만족할 수 있을까?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하고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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