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성공, 내정을 받다

이전 직장을 퇴사하고 새로운 직장의 내정을 받기까지 꼬박 60일이 걸렸다. 돌이켜보면 정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퇴사 이후에 금방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생각보다 진전 없이 시간만 지나간 탓에 중간중간 멘탈이 나가기도 했다. 무사히 면접을 거쳐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이직 후 두 달간 있었던 심경의 변화와 그간 준비했던 것, 그리고 면접 이야기들을 써 보려고 한다.

퇴사를 하다

사실 이전 직장을 퇴사한 당시에는 다른 직장에 내정을 받은 상태였다. 따지고 보면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퇴사를 갈긴 것은 아니었는데, 퇴사 이후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정말 여기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좀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금방 이동할 수 있을 것만 같고, 급여나 대우 면이 조금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 그래서 내정 받은 회사에 사퇴 연락을 하고, 새로운 회사를 찾아보게 되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잘 한 선택이었지만, 정말 위험한 선택이기도 했다. 특히 취로비자의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일을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비자 자격 취소 또는 다음 비자 갱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더더욱 리스크가 있었다.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하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구직 활동. 집에서 하루에도 수십 건 씩 이직 사이트를 통해 구인 광고를 들여다보고, 괜찮다 싶으면 무작정 엔트리를 넣기 시작했다. 내가 주로 이용한 사이트는 Green, 리쿠나비넥스트, doda, en-gage 였는데, 그 중에서도 리쿠나비 넥스트를 주로 이용했다. 첫 이직 시에도 해당 사이트에서 이직을 하기도 했고 등록된 회사가 많아 편리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Green은 IT회사의 구인 구직 전문 사이트이므로 IT 업계로 취직 및 이직을 희망한다면 추천하는 사이트. 이 때만 해도 본인의 주제를 모르고 근무 내용이나 급여 등등 이것저것 조건들을 따졌기에 서류 통과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게도 1년 3개월의 경력과 기초 자격증 몇 개 만으로 좋은 조건이라니, 대기업 말고는 현실성이 많이 부족한 생각이었다. 설령 운 좋게 일을 구한다고 한들 뒷감당 하기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생각보다 정사원으로 일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전략을 변경하고, 파견 회사에 등록하기에 이른다. 일본 내 유명 파견업체를 5군데 이상 등록하고, 매일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일자리를 소개 받거나 괜찮다 싶은 구인 공고가 있으면 직접 소개를 부탁했다. 실제로 직장 견학(파견 상주처 담당자와 면담&면접)까지 이어진 경우도 몇 번 있었고, 괜찮아 보이는 구인공고도 다수 소개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좋은 조건의 회사에서 무사히 면접을 마치고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좋은 조건의 일을 하고 싶어 내 쪽에서 거절한 건도 있었다. (시급 1850엔정도의 네트워크 관련 직종이었는데, 해당 업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걸렸던 점. 파견 회사에서 주는 업무들은 대부분 책임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보조 업무가 대다수이고, 입사 초기 만으로 비교한다면 정직원보다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많이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커리어를 형성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전략은, 파견업체를 2~3년 정도만 이용하되, 시급이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것. 이때만 하더라도 나는 괜찮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위기는 생각보다 금방 다가왔다.

정체기가 찾아오다

이직 활동을 시작하고 약 1달이 지난 시점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생활비나 비자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불안감과, 거듭된 선고 탈락으로 인한 본인에 대한 자존감 하락이직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고 생활 패턴도 망가지게 되었다. 집 밖으로 나갈 일도 가끔씩 있는 면접 때 아니면 나갈 일이 없어졌기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갔다. 그제서야 꼼꼼히 현재 상황과 이후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떤 커리어를 형성하고, 무엇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지 모르는 상태로, ‘급여가 괜찮으니까’, ‘대기업에서 일할 수 있으니까(파견)’ 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골라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정말 이걸로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을 고려할 때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있으며, ‘남’이 아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무엇인지 스스로 알지 못하는 상태로 일을 고른다는 것이 모순이라고 느껴졌다.

일본은 특히 서른이 넘어가면 다음 이직을 할 때 상당히 고생한다는 말을 익히 들어 왔기에, 조금 더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하루 중 절반은 구직 활동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유튜브를 통해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하는가?’, ‘나에게 맞는 일은 무엇인가?’와 같은 영상을 수십 개 씩 보고, 워크넷 등을 통해 직업 적성 검사나 직업 심리 검사도 받아 보면서 ‘솔직한 나 자신’ 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과감하게 IT업계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내정을 받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다시 접객업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마음을 정하니 신기하게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이력서와 직무경력서를 접객업에 맞게 다시 작성하였고, 금액이나 규모가 아닌 회사 홈페이지를 꼼꼼히 확인하며 ‘내가 활약할 수 있는 곳’, ‘비전이 있는 곳’ 을 위주로 선정하여 직접 채용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이 때 쯤 약 한 달 넘게 이용해 왔던 파견업체는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가고 싶은 회사의 우선 순위를 정해 면접 일정을 조정하고, 해당 업계 경험이 많은 점과 본인의 어학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어필하며 면접을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가고 싶었던 1순위 기업이자, 일본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이직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점

  • 좋아하는 일을 하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면 최고지만,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충분한 것 아닌가. 반대로 돈만 보고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해서 돈이라도 벌면 다행이지만, 돈까지 못 벌면 인생 쌉손해다. (내 성격상 좋아하지 않는 일을 남들 이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나는 1차 선고 통과율을 높이기 위해 이력서와 직무경력서를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는 반드시 피드백과 말하기 연습을 통해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대비했다. 내가 원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자 노트에 내가 원하는 가치관을 적어보고, 여러 직업 적성 검사와 영상을 참고했다.
  •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자. 사실 정답은 이미 본인이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나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서 받아들이기 힘들 뿐일지도 모른다.
  •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누군가의 한마디가 현재의 상황을 바꾸어 줄 수도 있다. 다만 버릴 건 버리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
  • 일주일에 1~2일 정도는 마음을 비우고 쉬어라. 어차피 주말에는 인사담당자들도 쉬기 때문에 진행되지도 않고, 휴식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 ↑ 다 알면서도 불안하면 그냥 불안해 하자. 나도 그랬듯이, 불안함이 다음 행동의 큰 원동력인 사람들이 있다.불안해 하면서 뭐라도 계속 하다 보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가속도가 확 붙는다. 소위 말하는 이건 됐다, 하는 ‘느낌’이 온다.

1개의 댓글

토선생 · 12월 21, 2024 10:29 오후

안녕하세요
이직 관련해서 저랑 상황이 비슷해서 읽어보던 중에 궁금한 점이 있어 댓글 드립니다.
호텔업에서 아이티로 가셨을 때 결과적으로는 비자는 잘 나왔지만 비자 변경 문제로 잠시 고생하신거 같았는데 학력이 4년제 이실까요? 알기론 4년제는 업종 불문 비자가 나오는데 2년제의 경우엔 관련 업종만 나온다고 알고 있어서 저 같은 경우는 2년제 학력이라 이직 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