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の下町で「なんてことない路地」を写した写真を消せない理由
도쿄의 시모마치에서 ‘아무 것도 아닌 길’이 찍힌 사진을 지울 수 없는 이유
도쿄 번화가에서 ‘별거 아닌 골목길’을 찍은 사진을 지울 수 없는 이유
スマホの画像フォルダを見返すたびに、思わずスクロールの手を止めてじっと見入ってしまう写真がある。やや上方のアングルから、なんてことない住宅街の裏路地を撮った写真だ。
스마트폰의 갤러리를 다시 볼 때마다, 생각지도 못하게 스크롤에 손을 멈추고 가만히 보게 되는 사진이 있다. 약간 높은 앵글에서, 별 것 아닌 주택가의 골목길을 찍은 사진이다.
스마트폰의 사진 폴더를 뒤적거릴 때마다 무심코 스크롤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는 사진이 있다. 다소 높은 각도에서 평범한 주택가 뒷골목을 찍은 사진이다.
東京の下町にありがちな狭くて入り組んだ路地には何軒かのアパートがお互いを押しのけ合うように並んでいて、画像の左端には、猫よけのペットボトルに囲まれた電信柱と通行人が見切れている。思い出深いとか情緒があるとか、決してそういう類の写真ではないのだけれど、私はその写真をどうしても消去することができない。
도쿄의 번화가에 흔히 있는 좁고 복잡한 골목에는 몇 채의 아파트가 서로 붙은 듯이 늘어서 있어, 화면의 왼쪽 끝에는 고양이가 오지 못하도록 페트병으로 둘러쳐진 전봇대와 통행인이 보인다. 추억이나 정서가 있다거나, 전혀 그런 류의 사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저히 그 사진을 지울 수가 없다.
도쿄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좁고 복잡한 골목길에 몇 채의 아파트가 서로를 밀어내듯 줄지어 서 있고, 사진의 왼쪽 끝에는 고양이 방충제 페트병으로 둘러싸인 전신주와 행인들이 눈에 띈다. 기억에 남는다거나 정감이 간다거나 하는 그런 종류의 사진은 결코 아니지만, 나는 그 사진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というのもそれは、数年前に引っ越しを検討していた物件の窓から撮った写真なのだ。不動産サイトで当たりをつけ内見した、いくつかの賃貸マンションのなかにその物件はあった。もう1件のマンションと最後まで迷い、帰宅してから見比べるために室内の写真を何枚か撮ったのだが、ついでにベランダからの景観も撮っておくか、と軽い気持ちで残しておいたのがその写真だった。
라는 것도 사실, 수 년 전 이사를 검토하고 있던 집의 창문에서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발견하여 직접 보러 갔던 몇 채의 임대 맨션 중에 그 집이 있었다. 다른 맨션과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중 집에 돌아가서 비교해 보기 위해 실내의 사진을 몇 장인가 찍었었는데, 베란다에서 보이는 경치도 찍어둘까, 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남겨둔 그 사진이었다.
몇 년 전 이사를 고려하고 있던 아파트의 창문을 통해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내 눈으로 확인한 몇 개의 임대 아파트 중에 그 집이 있었다. 다른 아파트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비교하기 위해 실내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그 김에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도 찍어두면 어떨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겨둔 것이 바로 그 사진이었다.
結局私は迷った末にもう1件のほうのマンションに住むことを決めた。すると、決めた途端に、“もしかしたら自分が住むかもしれなかった家”から見た、“もしかしたら自分が日常的に見るはずだったかもしれない景色”が、ふしぎな存在感をともなって私の前に立ち上がってきた。もう二度と入らないであろう部屋から撮った道路の写真が手元にあるのはなんかおもしろい気がするな、と私は思い、その写真に妙な愛着を覚え、スマホのフォルダから消せなくなって4年が
결국 나는 망설인 끝에 다른 하나의 맨션에서 살기로 했다. 그러자 그 순간에, “혹시나 내가 살았을 지도 모르는 집”에서 본, “혹시나 내가 일상적으로 보게 될 지도 몰랐던 풍경”이, 신기한 존재감을 가져와 내 앞에 나타났다. 두 번 다시는 들어가지 않을 방에서 찍은 도로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언가 재밌는 기분이야, 나는 그 사진에 묘한 애착을 느껴, 스마트폰의 폴더에서 지우지 못한 채 4년이 지났다.
결국 나는 고민 끝에 다른 쪽 아파트에 살기로 했다. 그러자 결정하자마자 ‘어쩌면 내가 살지도 모르는 집’에서 바라본 ‘어쩌면 내가 일상적으로 보았을지도 모르는 풍경’이 기묘한 존재감을 띠며 존재감을 가지고 내 앞에 다가왔다. 다시는 들어가지 않을 방에서 찍은 도로 사진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왠지 재미있다고 생각한 나는 그 사진에 묘한 애착이 생겨 스마트폰 폴더에서 지우지 못하고 4년이 흘렀다.
ストリートビューに偶然写っていたいちごちゃん
스트리트 뷰에 우연히 찍힌 이치고짱
스트리트뷰에 우연히 찍힌 이치고짱
そんなふうに、他人から見たらなんら面白みのない写真に愛着が湧くということはときどきある。先日SNSを見ていたら、何年か前に亡くなった身内が実家周辺のGoogleマップのストリートビューに偶然にも写り込んでいた、という人の投稿が目に止まった。
그런 식으로, 타인이 본다면 전혀 재미있는 구석 없는 사진에 애착이 끓어오르는 일이 가끔씩 있다. 이전에 SNS를 보고 있으면, 몇 년인가 전에 돌아가신 친척이 본가 주변의 구글 맵 스트리트뷰에 우연히도 찍혀 있었다는 어떤 이의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처럼 남들이 보기에는 별 재미가 없는 사진에 애착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 전 SNS를 보다가 몇 년 전 돌아가신 친척이 우연히 구글맵 스트리트뷰에 친정집 주변이 찍혀 있었다는 사람의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たしかにそういうことはあるだろうなと好奇心が湧いて、数年前までひとり暮らしをしていた家の周辺をなんの気なしにGoogleマップで見てみる。マップ上をあてもなく移動していて、前の家から200メートルほど進んだ路地の隅でいちごちゃんの姿を見つけたとき、私は思わず声を上げた。
확실히 그런 일이 있겠구나 하고 호기심이 생겨, 몇 년 전까지 자취하고 있던 집 주변을 별 생각 없이 구글 맵으로 확인해 본다. 맵 위를 움직여, 이전의 집에서 200미터 정도 지나간 골목 구석에서 이치고짱의 모습을 발견한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호기심이 생겨 몇 년 전까지 혼자 살았던 집 주변을 아무 생각 없이 구글맵으로 살펴봤다. 지도를 따라 무작정 이동하던 중 앞집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골목길 모퉁이에서 이치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いちごちゃんというのは以前住んでいたその街で、近隣住民たちに
이치고는 전에 살았던 그 거리에서 이웃 주민들이 귀여워 했던 길고양이다. 상점가의 사거리에 설치된 토탄제의 벤치에서 이치고는 자주 ??얼굴로 잠이 들어 있었고, 벤치 앞의 담배 가게와 야채 가게의 점주가 교대로 먹이를 주었는데,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처럼 훌륭하게 살이 쪄 있었다. 털도 곱게 자라 있어 분명히 아직 어린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곧 25살이에요, 라고 담배 가게 점주가 말 해 주었을 때는 정말 놀랐다.
이치고짱은 예전에 살던 그 동네에서 동네 주민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동네 고양이였다. 상가 사거리에 설치된 철제 벤치에 자주 내 것 같은 얼굴로 누워있었는데, 벤치 맞은편에 있는 담배 가게와 마트 주인이 번갈아 가며 먹이를 주다 보니 고양이처럼 살이 쪄서 잘 자라고 있었다. 털도 좋아서 아직 어린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담배가게 주인이 이 녀석이 벌써 25살이 되었다고 해서 정말 놀랐다.
私が引っ越しでその街を離れることを決めたのと時を同じくして、いちごちゃんはあまり近所に姿を見せなくなってしまった。引っ越してからもときどき、前に住んでいた街に用事があると、いちごちゃんがよくいた十字路まで足を延ばすようにしていたのだけれど、それ以来彼女を見かけることは一度もなかった。
내가 이사 때문에 그 마을을 떠나기로 정했던 때와 동시에, 이치고는 그 근처에서 모습을 별로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이사를 한 뒤에도 때때로 전에 살았던 마을에 용무가 있을 때면 이치고가 자주 있던 사거리까지 찾아갔지만, 그 뒤로 이치고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이사로 그 동네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이치고짱은 동네에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사 후에도 가끔씩 전에 살던 동네에 볼일이 있을 때면 이치고가 자주 다니던 사거리로 발걸음을 옮기곤 했지만,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그녀를 본 적이 없다.
ずいぶん年老いた猫だったわけだし、もしかしたら死んでしまったのかもしれないなと私は内心で思っていた。だから、Googleマップのストリートビュー上にいちごちゃんの姿を見つけ、その日付がつい最近のものであることを確認したとき、驚きとうれしさのあまり声を上げずにはいられなかったのだ。煙草屋さんの話していた年齢がもしもほんとうなら、いちごちゃんはことしで27歳になる。
꽤 나이가 많은 고양이이기도 했고, 행여나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나는 내심 생각했다. 그래서, 구글 맵 스트리트뷰에 이치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날짜가 꽤 최근이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놀람과 기쁨의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담배 가게 주인이 알려 준 나이가 진짜라면, 이치고는 올해로 27살이 된다.
꽤 늙은 고양이였으니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구글맵의 스트리트뷰에서 이치고짱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날짜가 최근임을 확인했을 때, 나는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담배가게 아저씨가 말한 나이가 사실이라면, 이치고는 올해 27살이 된다.
「もう二度と見られない景色」だったはずが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을 텐데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으나
そういえば、じつは冒頭の写真の話には続きがある。ある晩、都心で取材の仕事があった帰りに、初めて入る飲み屋でお酒を飲んでいたら、カウンター席に座ったお客さん何人かと世間話をする流れになった。
그러고 보니, 사실은 글 첫 부분의 사진 이야기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밤, 도심에서 취재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처음 가 본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카운터석에 앉은 손님 몇 명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사실 앞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어느 날 저녁, 도심에서 취재하고 돌아오는 길에 처음 들어간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카운터석에 앉은 손님 몇 명과 잡담을 나누는 흐름이 되었다.
そのなかの一人の方が「いま、私は○○に住んでいるんですが」と言うので、自分がそのふたつ隣の駅に住んでいることを伝えると、偶然ですね、と話が盛り上がる。そういえば引っ越しを検討していたとき、まさに○○駅エリアも候補だったんですよ、××通りの商店街のあたりの家とすごく迷って――と私が伝えると、相手の方は「えっ」と短い叫び声を上げた。
그 중 한 명이 “지금 제가 OO에 살고 있는데요.” 라고 해서, 거기서 두 정거장 옆의 역 근처에 살고 있다고 하자, “우연이네요” 하고 이야기가 달아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사를 생각하고 있을 때 정말로 OO역 지역도 후보였네요. XX거리의 상점가 근처의 집이랑 많이 고민해서– 라고 내가 전하자, 상대는 “엣”하고 짧게 소리를 질렀다.
그 중 한 분이 “지금 저는 ○○에 살고 있는데요”라고 말해서 내가 그 두 역 옆에 살고 있다고 말하자, 우연의 일치라며 이야기가 무르익었다. 그러고 보니 이사를 고려하고 있을 때, 바로 ○○역 주변도 후보에 올랐어요, ××거리 상가 주변의 집과 너무 고민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하자, 상대방은 ‘어’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よくよく話を聞けば、なんと彼女は、私が引っ越しを最後まで検討していたあのマンションの真隣のマンションに住んでいると言う。そんな偶然があるのかと私も心底驚き、スマホのフォルダを遡って内見のときに撮った写真を見せると、その方は「うわ、うちの窓から見える景色とほぼ完全一致してますよこれ」と手を
이야기를 잘 들어보니, 무려 그녀는 내가 이사를 마지막까지 고려하고 있던 그 아파트의 바로 옆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 우연이 있나 하고 나는 아주 놀라서, 스마트폰 폴더를 열어 집을 보러 갔을 때 찍었던 사진을 보여 주니, 그 분이 “와, 우리 집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과 거의 완전 똑같네요 이거” 라고 말하며 박수를 치며 웃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랍게도 그분은 내가 이사를 마지막까지 고려하고 있던 바로 그 아파트 바로 옆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도 진심으로 놀랐고, 스마트폰 폴더를 뒤져 내방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그분은 “우와, 우리 집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과 거의 완벽히 일치하네요, 이거”라며 손뼉을 치며 웃었다.
その後、その方とは年が近かったこともあって親しくなった。もう二度と見られない景色だと思うから、内見時に撮ったこの写真に妙な愛着を感じているんです、と話したら面白がってくれて、よかったら私の部屋の窓からの景色を見ていきますか?と提案してくれたのだけれど、ありがたいと思いつつもそれは断ってしまった。身勝手だけれど、あの写真に写っている路地をもう一度肉眼で見てしまうのは、なにか違うような気がしたのだった。
그 이후, 그 분과는 나이가 비슷한 점도 있어 친해지게 되었다. 이젠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생각해서 내방 때 찍은 이 사진에 묘한 애착을 느끼고 있어요 하고 이야기하자 재미있어 해 줘서, 괜찮으면 제 방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을 보러 갈까요? 하고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고맙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절해 버렸다. 내 마음대로지만, 저 사진에 찍힌 거리를 한 번 더 육안으로 봐 버리는 것은 뭔가 다른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 분과는 연배가 비슷해서 친해졌어요.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 내방 때 찍은 이 사진에 묘한 애착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더니 재미있어 하시면서 괜찮으면 내 방 창문으로 풍경을 보러 갈 수 있겠냐고 제안하셨다. 라고 제안해 주셨는데,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거절했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그 사진에 찍힌 골목을 다시 한 번 육안으로 보는 것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でも、こっちのあたりもすごくいいエリアですよ、と見せてもらった写真に写っていた、その方の住む家の近所の喫茶店はたしかにすごくいい雰囲気で、彼女と私がその店で出会う未来もあったのかもしれない、と私はすこしだけ想像した。(エッセイスト 生湯葉シホ)
그래도, 여기 근처도 아주 좋은 지역이에요, 하고 보여주었던 사진에 찍힌, 그 분이 살고 있는 집 근처의 카페는 아주 좋은 분위기라 그녀와 내가 그 가게에서 만날 미래도 있었을지도 몰라 하고 나는 조금 상상했다.
하지만 이쪽도 정말 좋은 동네예요, 라고 보여주신 사진에 찍힌 그 분의 집 근처 커피숍은 정말 좋은 분위기였고, 그녀와 내가 그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조금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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