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을 다녀 온 다음 날, 5명인 우리는 둘셋으로 나뉘어 각각 가와구치호와 야마나카호를 관광하기로 하였다. 나는 숙소 근처를 비교적 느긋하게 관광하기를 희망하였으므로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가와구치코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가와구치코 역 주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천천히 호수로 걸어가 호수를 조금 구경하고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 후지산과 가와구치코를 감상하고, 기념품을 산 뒤 마지막으로 지역 명물인 호우토우를 먹고 도쿄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마지막 날은 첫째 날과 둘째 날보다 날씨가 좋았기에 후지산 주변을 관광하고 기념 사진을 찍기 좋은 날씨였다! 우리는 15시 30분에 가와구치코 역에서 출발하는 시부야 마크시티 행 버스를 타고 도쿄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므로, 15시에 가와구치코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각 자유여행을 하였다.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 근처 카페에서 짐을 할인가격으로 맡길 수 있었다! 물론 역 근처에는 코인로커도 있으나, 워낙 관광온 사람들이 많기에 코인로커가 비어있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기에 카페에 짐을 맡기기로 했다.
전날 그렇게 하드한 일정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거의 3시까지 술을 먹고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들었었는데, 신기하게도 평소보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후지산의 마력인가?
아무튼 체크아웃 시간 아슬아슬하게 숙소를 나와 짐을 맡기고, 먼저 가와구치 코 역 근처 로손으로 향했다. 로손 옆에는 후미키리(전철이 지나다니는 도로에 차나 사람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 바가 내려오는 곳?)가 있었는데, 후지산이 잘 보여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뒤에는 천천히 가와구치호까지 걸어갔다. 가와구치코역에서 10분 정도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호수인데, 호수를 그냥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로프웨이를 타 보기로 헀다. (사실 뭐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었는데 가보니까 로프웨이 줄이 있길래 그냥 기다려봄)
약 30분정도 대기하고 표를 뽑고 로프웨이에 탑승해서 산 위로 올라갔다. 후지산과는 다른 산이지만 위에서 후지산과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예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참고로 로프웨이를 기다리면서 싸이코패스 토끼와 마조히스트 너구리의 이야기를 볼 수 있으니 일본어가 가능하신 분은 읽으면서 기다리시면 되겠다.
어제 장장 10시간에 걸쳐 다녀온 산을 멀리서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저렇게 높은 곳을 찍고 왔다고…?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오면 명물 토끼 당고와 너구리 당고를 사 먹을 수 있었는데(400엔), 우리는 곧 점심을 먹을 계획이라 굳이 사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500엔으로 입장권을 구매하면 후지산을 배경으로 하여 그네를 타고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인스타나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물론 우린 쳐다도 안봄 ㅋㅋ
나중에 확인했으나 호수만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에 놀랐다. 고프로나 셀카로 많이 찍었으니 만족하나 조금 아쉽다.
로프웨이를 내려와서 기념품을 구입. 후지야마 쿠키라는 예쁜 가게가 있어 선물 및 기념품으로 쿠키와 커피를 구매했다.
가와구치코 역 주변이나 가와구치호 호수 주변에 호우토우를 판매하는 가게가 꽤 있었지만, 우리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이왕이면 평점이 높은 곳으로 가서 맛있게 먹고 싶었기에 역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선택했다. ほうとう天ぷら和花(호우토우 텐푸라 와바나)라는 가게였는데, 걸어간다면 접근성이 조금 안 좋을 수 있지만 맛은 최고였다! 호우토우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는데,사진을 보고 상상되는 맛 그대로의 맛이었다. 칼국수와 수제비 느낌? 몸에 좋은 재료가 다 들어 있어 등산 후 영양 보충에 최고인 듯.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부타니쿠 호우토우와 텐푸라 세트를 주문했다.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역으로 가니 어느덧 오후 3시. 야마나카호를 다녀온 친구들과 다시 모여 시부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짐을 찾고 역으로 돌아가 근처 기념품 가게에서 간단히 기념품을 구매하고 도쿄로 돌아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다카오 산을 등산하며 “언젠가 후지산에 가보자”라고 다짐한 게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후지산을 다녀올 줄이야. 포기하지 않고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어 너무 즐겁고 뜻 깊은 경험이었다! 함께 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웠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이직 준비로 인해 여러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는데 이번 등산을 통해 확실히 리프레쉬할 수 있어 여러 모로 큰 힘이 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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