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일부 코로나로 인한 제한이 풀린 시점에 곧바로 일본에 와서 하코네에서 1년을 근무하고, 2023년 4월부터 도쿄로 이사해 IT기업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다시 1년 조금을 근무하고, 지난 달에 그만 두어 두 번째 이직을 준비하는 지금.

처음에는 군 전역 후 첫 취업인지라 그저 일본에 가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첫 이직 후에는 드디어 나도 기술을 가지고 일을 하겠구나 하며 근무 내용에는 딱히 중점을 두지 않았었지만, 역시 사람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금세 다시 그만두게 되나 보다.

지난 달 20일에 퇴직을 마치고 약 1달간 취업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요즘. 한 2주일 정도면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추정했으나, 2주가 지난 아직까지도 마땅한 회사를 찾지 못해 망설이는 중이다. 돌이켜 보면 첫 이직 때는 아직 직장을 가진 상태에서 이직을 했던 터라, 지금처럼 마음이 마냥 급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못해도 한 달 이상은 이직 준비를 했었으니, 2주만에 새로운 직업을 금방 가지게 될 거라는 것은 너무 오만한 생각이었을지도.

물론 2주간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군데는 내정을 받았으나 계약서 내용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거부 하였고, 파견 회사를 통해 그나마 대우가 괜찮은 회사와 면접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조금 더 욕심이 생겨 역시 내 쪽에서 사퇴했으니, 어느 정도 내가 바라는 최소한의 대우와 근무 환경에 대해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앞으로의 삶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은 어제, 지금까지 구직활동을 하며 가장 ‘내 일’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지원한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꽝. 파견 업체를 통한 곳이었는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비자에서 허락한 재류 자격’과 업무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난감했던 건 이를 해당 기업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파견회사의 재량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어, 해당 파견회사는 스스로가 최대한 문제 되지 않는 안전한 쪽으로 생각한다는 점. 나의 개인 판단으로는 충분히 허용 가능한 범위 내였지만, 역시 일본답게 1퍼센트라도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냥 해당 건 자체를 파기하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일본에서 처음 이직한 곳이 당시의 재류 자격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 당시 시나가와의 입국관리소를 드나들고 연락을 주고 받은 결과 무사히 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한 달 남짓 걸렸지만 과정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파견 업체에서 “NO”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더 알기 힘들었다. 인재 파견 회사는 어느 정도 대충대충 한다는 이미지는 있었지만, 심지어 개인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를 인재 파견 회사에서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점은 상당히 불만스러운 부분이었다.

다른 파견 업체에서는 면접까지 진행하여 내정 직전까지 간 경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파견 업체를 이용할 예정이긴 하지만, 파견 업체만을 이용한 구직은 좋지 않다고 느꼈다. 사실 파견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려는 이유도 높은 시급과 그렇게 심하지 않은 업무 강도인데, 시급제에 상여금이 없다는 것과 계약이 언제 종료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으므로 정직원보다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비자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보다 더한 타격이 없으므로(이미 일본에 생활 기반을 다져 놓는 중이라 여기서 한국으로 강제 출국 명령이라도 떨어진다면 인생 초기화 버튼 누르는 것과 다름없음) 웬만하면 이직 사이트나 기업 홈페이지 채용 페이지를 통해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것이 안정성 면에서는 따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은 3군데 정도 엔트리를 넣어 놓고 연락을 기다리는 상태이다. 취로 비자 자격으로 입국 시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최대 기간이 3개월으로 제한 되어 있는데 (물론 개개인에 따라 허용해 주는 차이가 있다) 아직 3개월까지는 두 달 이상 기간이 남아 있으니 마냥 조급해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이직 활동에 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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