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 현지에서 미경험자로 IT엔지니어로 이직한 배경과 준비한 것들, 그리고 이직후기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1. 이직을 생각한 이유
저는 2022년 3월, 호텔/료칸 서비스업 신졸전형으로 일본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한 입국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고 일반 관광이 아닌 취업 등으로만 일본에 올 수 있었기에.. 일본으로 넘어 오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면접 통과 후 약 6개월을 한국에서 대기했습니다.)
그렇게 학수고대하였던 일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으나.. 호텔 서비스업은 적성에는 맞을지언정 급여나 본인 성장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당시 기본급이 15만엔 전후에.. 10년을 근속하더라도 상승폭이 거의 없다시피한 느낌이었어요. 입사 초 연수기간에 급여와 관련된 설명을 들으며 ‘오래 일 하기에는 힘들겠구나.’ 하고 마음 속으로는 언젠가는 이직하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입사 10개월차 이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고, 그렇게 하코네의 온천 료칸에서 도쿄의 IT엔지니어로의 첫발을 내디디게 됩니다.
2. 이직 준비 과정
처음부터 IT엔지니어를 목표로 하고 이직을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학생 때부터 언어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던지라, 앞으로도 언어를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언어만으로 구해지는 직장은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에는 외국어를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특히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인은 한 트럭.. 아니 열 트럭은 있는 것 같습니다.) 호텔에서 10개월 정도 근무한 것만으로, 언어 관련 직종에 중도로 들어가기에 경력이 모자란 것은 사실이니까요.
서비스업을 제외한 타 업계의 경력이 없던 저였기에, 이직 사이트에서 ‘미경험’, ‘중도채용’ 키워드가 붙어 있는 회사 위주로 서류를 지원하였습니다. 일본 내 이직 사이트는 다수 존재하지만 제가 이용한 사이트는 일본 국내에서 이직사이트로 유명한 리쿠나비넥스트(リクナビネクスト)입니다.
리쿠나비넥스트 바로가기 (클릭 시 이동)
리쿠나비넥스트 이외에도 다양한 이직 사이트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마이나비텐쇼쿠(マイナビ転職),엔텐쇼쿠(エン転職), 또는 외국인 전직 전용 사이트인 넥스트인재팬(NINJA) 등이 대표적이겠네요. 저도 최종적으로는 리쿠나비넥스트에서 합격한 회사로 이직하였지만, 이직을 준비하던 당시에는 모든 사이트에 가입하여 모바일이나 노트북으로 매일매일 정보를 수집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올해 이직에 성공한 제 일본인 동기는 엔텐쇼쿠를 통해 이직했습니다.
어느 사이트를 통해 이직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은 똑같습니다. 해당 사이트에 가입하고, 본인의 학력 및 경력 등을 기입하고, 이직을 희망하는 기업을 찾아 엔트리시트를 제출하는 것입니다.
이후 엔트리시트를 확인한 기업으로부터 면접이나 추가서류 제출에 관한 연락이 온다면 일정을 조정하고 실제로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내정을 받으면 이직에 성공하게 되겠죠.
저는 실제로 위 사이트들을 활용하여 약 50사 이상에 엔트리시트를 제출하였으나, 그 중에서 면접까지 진행된 건 5사 뿐이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미경험우대’는 정말로 미경험자를 우대하는 것은 아니며, ‘학력, 경력 무관’이 실제로 학력과 경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충을 비슷한 시기에 이직을 준비하던 일본 동기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일본인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보다 더 많은 기업에 지원했으나 면접제의는 적게 받았던 동기도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 호텔에 신졸로 입사한 동기 11명 가운데 3명 빼고는 약 1년만에 모두 이직했으니, 접객업은 정말 적성에 맞는 사람이 아니면 종사하기 힘든 업종인 것 같습니다.
3. 위기 발생
일본 기업의 입장에서 저는 외국인입니다. 따라서 다른 조건에 전부 부합하더라도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는 기업도 물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을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외국인이 근무해도 되는 지 확인이 필요하므로,(취로자격증명서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해당 시기에 비자 관련 서류 문제로 시나가와 입국관리국에 3번 정도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기술/인문 지식/국제 업무’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현재 업종(국제업무)과 다른 업종(기술)으로 이직할 경우가 주로 문제가 됩니다. 바로 제가 그 상황이었습니다.
최종면접을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입국관리소로부터 취로자격증명서 발급에 실패한 경우에는 법적으로 해당 기업에 근무할 수 없습니다. 물론 안 걸리면 땡입니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안고 채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점은, IT엔지니어에 관련된 업종에 종사해도 되는가? 에 대한 물음에 제대로 대답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검색, 행정서사에게 문의 메일, 실제 입국관리소 헬프데스크에 문의하는 등 모든 수단을 통해 사전에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서류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서류를 발급해주는 입국관리소의 헬프데스크의 한국말이 가능한 여성분은 “불가능하다”라고만 말했습니다. 무사히 서류를 발급받았는데도 말이죠. 아마 메뉴얼대로 대답하신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이직한 회사로부터 내정을 받은 이후에 해당 서류를 요구받았기에, 이미 다니고 있는 직장에는 그만두겠다는 의사표명을 마친 뒤여서 돌아갈 곳이 없어져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부동산이나 이사계획까지 다 잡아놓은 상황이 틀어질 뻔 하여 심적으로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취로자격증명서는 신청으로부터 약 1달이 지나고서야 제가 지내고 있던 기숙사에 우편으로 발송이 되었고, 그제서야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4. 면접 준비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50사가 넘는 곳에 지원하였으나 면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회사는 5곳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실제로 도쿄 신주쿠에서 입사시험과 면접을 보기도 했고, 온라인에서 zoom으로 화상면접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면접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역시 일반 회사와는 다른 시간에 근무하였기 때문에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준비해야 했기에 기본적인 IT용어를 공부하거나 필요한 자격증을 알아보는 등 정보를 알아보는 것은 물론, 적성시험 대비 또는 발음교정을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적성시험은 주로 고등학교 1학년 정도 레벨의 수학시험이나 어휘력, 문장력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실제로 서점에 가면 적성시험 대비를 위한 텍스트가 많이 보입니다. 저는 따로 사서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첫 면접 이전의 적성시험 문제를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세 곳 네 곳 면접에 떨어지면서 자신감도 떨어졌고, 비자 문제는 해결될 지 안 될지 확신도 없어서 이럴 바에 차라리 호텔 야간 정직원으로 이직해버릴까 홧김에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렇게 약 한 달 가까이 자기소개서를 수정하고 면접을 준비한 끝에 결국 가장 마지막에 보았던 기업에 합격하게 됩니다.
자기소개, 현재 하고 있는 일,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 등 기본적인 질문과, 이직 이후에 하고 싶은 업무나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면접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새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5. 이직 이후의 삶
아직까지는 별탈없이 회사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4월에 입사하였으니 어느 새 반년이 지나갔네요. 그동안 자격증도 3개정도 취득했고, 올해가 끝나기 전에 또 하나의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합니다.
미경험자 중도채용의 경우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담당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저도 지금 말은 엔지니어이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이게 엔지니어가 맞나..?”하는, 말하자면 사무직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아주 관련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업계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맡을 수 있는 안건이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년차부터는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무엇부터 해나가야 할 지조차 몰라 많이 헤매었으나, 지금은 약간이나마 방향성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느낍니다.(네트워크, 클라우드)
IT미경험자 중도채용 이직을 생각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바로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질문 언제든 환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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