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취직을 희망하시는 많은 분들이 오는 업계가 서비스업, 대표적으로 호텔 서비스업과 공항 지상직이 있지요.그 중에서도 호텔 서비스업은 해마다 상당수의 한국 분들이 취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서비스업을 하시던 분들도 계실 테고, 서비스 경영 쪽을 전공하신 분도 많이 진출하십니다. 본 업계는 일본 취업에 필요한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비자 역시 비교적 수월하게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 제가 약 10개월동안 지냈던 하코네 기숙사 인근입니다. 조금 그립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가 일본 호텔 서비스업에서 1년만에 IT업계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포스팅 해볼까 합니다. 저는 2022년 4월에 일본 신졸자 전형으로 일본의 한 료칸 기업에 입사하여 약 10개월을 근무하였습니다. 그러나 입사 약 반 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본 업계의 한계를 깨닫고, 본인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이직을 고려하였고, 약 8개월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여 현재는 도쿄의 한 IT기업에서 플랫폼 시스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의 호텔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이직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관적으로 본인이 느낀 바를 작성하였으므로 여러분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 이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1. 급여가 적다!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급여가 적습니다. 미경험 신졸 입사 기준 다른 일반 사무직과 별 차이 없거나 적은 수준인데, 쉬는 날은 훨씬 적습니다. 다른 업종의 경우에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쉴 수라도 있지만, 이쪽은 오히려 그런 날일수록 바빠지기에 거의 못 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경험이라 처음에 급여가 적은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오르는 폭도 아주 적습니다. 몇 년차 선배나 신입이었던 본인이나 급여에 큰 차이도 없었으며, 오히려 연차가 늘어날수록 요구되는 업무도 많아지기에 더 바빠짐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임금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2년차부터 부점장으로 승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관리수당이 점포에 따라 약 4~7천엔 정도 추가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해야하는 일은 훨씬 많죠.ㅠ)
혹시 호텔에 근무하면서 급여가 많은 분이 계시다면 평소에 얼마나 잔업을 하는지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잔업 하지 않는다? 급여가 아주 적습니다. 단적인 예로, 입사 직후 4월은 연수 기간이므로 잔업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해당 월 수령한 금액이 150만원도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 8시간 근무 기준입니다.) 식비, 세금, 월세(당시 월 1만5천엔 기숙사에 살았습니다.)를 제외한 금액이긴 하나,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때보다도 급여가 적었습니다. 또한 이 금액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2. 잔업이 많다, 개인 시간이 부족하다!
연수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한 이후로는 웬만하면 잔업을 하게 됩니다. 특히 손님이 많은 성수기나 주말은 항상 잔업을 했었네요. 휴일이 많은 달에는 (여름 방학 시즌) 거의 60시간 가까이 잔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다녔던 료칸 기업은 1분당 잔업 시간을 칼같이 계산해 주는 곳이었기에, 잔업이 많은 달에는 거의 30만엔 가까이 벌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회초년생이 월 30만엔이면 상당히 많은 금액입니다만.. 그만큼 몸은 죽어났던 경험이 있네요. 저는 움직이는 일 자체는 좋아했기에 버틸만은 했으나.. 이 시즌을 한 번 겪은 뒤 일본 동기들이 대다수 이직을 결심했다고 하네요 ㅎ
잔업이 많다는 말은 개인시간이 줄어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워라밸, 철저하게 붕괴됩니다! 많게는 일 11~12시간을 근무했습니다. 저의 경우 술을 참 좋아했는데, 일본 호텔업계에 발을 들이고 부터는 체력적으로 힘들었기에 술을 거의 안마시다시피 했습니다. (시프트가 오전 6시~7시부터 시작하는 날도 상당히 많았기에 애초에 늦게까지 술을 마실 수 없기도 했습니다.) 헬스장에 다니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네요. 대신 아마존에서 바벨이나 벤치를 사서 운동하곤 했습니다. 현재는 이직 이후에 남는 시간에 공부하면서 자격증을 하나 둘 취득하고 있는데, 이게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3.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지치다
일본의 접객업 특유의 접객 방식을 오모테나시라고 하는데요. 일본 여행을 해 보신 분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접객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손님 입장에서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신경 써 주는구나.’ 생각이 들 정도이지요. 괜히 “손님은 신”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손님은 왕”이라는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로 대접하는데요. 특히 료칸의 경우 서비스업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접객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가 취직한 료칸 기업 역시 손님을 깍듯이 대해야 했습니다. 서비스업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해?’ 싶었던 기억도 있네요.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은 법. 진상 손님 역시 존재합니다. (물론 진상은 본인이 진상인 줄 모른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로는, 비가 쏟아지던 여름 날 료칸 위치를 모르겠으니, 지금 당장 본인이 있는 곳으로 나와 달라는 손님이 있었네요. 체크인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라, 당연히 무리라고 말씀을 드렸고 대신 전화로 위치를 설명해 드렸으나 막무가내였던 손님이 있어 꽤 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직 이후의 경어표현을 자연스럽게 공부 할 수 있었던 점과, 일본의 오모테나시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일본생활에 꽤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상 손님이 있다면 좋은 손님도 있는 법. 타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이 기특해 보였는지 힘내라면서 감사인사를 전해 주시고 가셨던 분도 계셨습니다. 당시 큰 힘이 되었네요.
그러나 이 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싫은 손님도 웃으면서 상대해야 하는 법. 몸이 지쳐있는 와중에 웃으면서 손님을 상대해야 하니, 마음까지 지쳐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몇 십 년간 호텔업에 종사하신 선배님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항상 느꼈는데, 저는 거기까지에는 다다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싶어 이직을 결심하였네요.
4. 그 외
작성한 항목 이외에도 자잘한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근무했던 하코네는 상당히 시골이라, 슈퍼를 가려고 해도 지하철로 15분, 왕복 720엔이라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매일매일 산길을 버스 혹은 송영버스로 출퇴근해야 하는 점, 오후 5시 이전에 근무가 끝나더라도 하나뿐인 길에 정체가 생겨 귀가시간이 매우 늦어졌던 점, 비수기와 성수기의 근무강도 차이가 상상이상이었던 점 등이 있겠네요.
반대로 료칸업에 종사하면서 얻은 것도 많습니다. 첫 일본생활을 잘 버티게 해준 주위 동기들이나 선배들, 자연스러운 경어 체득, 커뮤니케이션 능력, 하코네 인근 지역 및 온천에 대한 지식, 잠깐이었지만 사원은 온천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기에 매일매일 온천을 이용할 수 있었던 점 등등.. 이런 이야기들도 후일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료칸 및 호텔업에 종사하고자 하시는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개개인의 성향과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일에 대한 사고방식도 다릅니다. 서비스업이 천직이신 분도 분명히 계실 것이며, 한 번 경험삼아 일본의 료칸 호텔 서비스업에 종사해 보고 싶은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저에게 “지인이 일본 료칸에 취업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하고 질문하신다면, 음..글쎄요.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다지 추천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이직하고 벌써 반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료칸에서 근무하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의 이야기들을 언젠가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직에 관해서도 참 하고 싶은 말이 많네요. 비자 문제로 꽤나 고생했던지라..
“저는 IT업종 미경험에, 전공도 전혀 관련이 없는데 IT업종으로 이직이 가능할까요?”라는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답은 “가능하다”입니다. 제가 그런 케이스이니까요. 이 이야기도 차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시면 답글 달아주세요! 코멘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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